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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세상이 쓸쓸하여 / 도종환

유나1 2007. 11. 16. 23:33

 

 




이 세상이 쓸쓸하여



- 도종환
 

이 세상이 쓸쓸하여
들판에 꽃이 핍니다
하늘도 허전하여
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
 
이 세상이 쓸쓸하여 
사랑하는 이의 이름을
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
허전하고 허전하여
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
 
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
파도는 그치지 않고
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
천 권의 책을 읽어도
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
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
글 한줄을 씁니다




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

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.
  
 
 

정세훈 "울게하소서"