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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누지 못한 빈 잔들 / 노승한

유나1 2008. 1. 5. 22:09
 

 
나누지 못한 빈잔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賢 / 노승한

다 저물어진 들녘
바람이 동짓달을 재촉하여
눈이라도 올 양으로
구름들의 웅성거림 만연하여

빈 술잔의 허무함 앞에
주고받지 못하여도 잔은 비우나니
길은 매 마찬가지
채워질 수 없는 아쉬움에 고독

주고받고 서로 껴안으며 비웠더라면
빈 잔의 같이함이 통쾌하련만
산산이 부서진 빈 술병 앞에
나누지 못한 숙연함만 가득하네